[매일경제] “의대증원 의식했나”…어려웠던 6월 모의평가, 영어 1등급 1%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지난달 4일 서울 용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1교시 국어 영역 시험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지난달 시행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수학이 최근 수년 내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어는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후 1등급 수험생 비율이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번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9월 모의평가와 수능 난이도를 조정하겠다고 했다.

1일 평가원이 발표한 ‘2025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어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5764명으로 응시생 39만 2110명 중 1.47%에 그쳤다. 백분위에 관계 없이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주는 절대평가제 시행 이후 모든 수능·모의평가를 통틀어 1등급 비율이 최저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상대평가제를 시행했던 이전 영어시험 결과에 비춰 봐도 90점 이상 학생 비율이 2009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낮다. 상대평가제 하에서는 상위 4% 수험생까지 1등급을 부여한다.

김미영 평가원 수능시험본부장은 “출제진의 예상과 킬러문항 배제 이후 출제 경향에 대한 학생의 적응도, 이번에 고3 학생들의 학력 수준에 간극이 있었다”며 “킬러문항을 배제한 상태에서 변별력을 유지하다 보니 중고난도 문항이 많아 시간 안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어 영역의 경우 (앞으로)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적정 수준 난이도를 안정적으로 출제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영어 절대평가’는 사교육비 축소와 과도한 점수 경쟁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 취지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재수생 등 유입을 고려해 일부러 변별력 확보를 시도했던 것으로 학원가는 분석한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평가원이 의대 증원으로 인한 반수생 증가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변별력을 너무 의식하고 출제한 것이 (난도가 너무 높아진)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학도 통합수능을 도입한 2022학년도 이후 모의평가와 수능을 통틀어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152점으로 이 기간 중 가장 높았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간다.

이를 비롯해 국어 영역도 쉽지 않은 수준으로 출제되며 입시 전문가들은 ‘어려운 수능’에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영어의 경우 6월보다는 쉽게 출제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의대 증원·자율전공 확대 등 올해 입시 변수를 고려해 고난도로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국어, 수학, 탐구는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게, 영어는 쉽게 출제될 것”이라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어려운 시험’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9월 모의평가가 쉽게 출제된다고 하더라도 수험생들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교육부가 올해부터는 현장 교사 중심으로 출제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실현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영 평가원 수능시험본부장은 “현장 교사 출제 비중은 기존과 동일하게 30% 이상으로 유지하는 선”이라며 “과거 대비 늘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서정원 기자([email protected])